스위스 바젤에 있는 국제결제은행(BIS) 본부 타워의 둥근 외벽
사진: Fred Romero, CC BY 2.0, 위키미디어 공용

해외 사례작성 최종 확인

프로젝트 아고라의 실거래 테스트와 규칙서 과제

토큰화 예금과 지급준비금을 실제 돈으로 결제한 아고라 시험과, BIS가 아직 시험하지 않았다고 밝힌 범위를 정리합니다.

2026년 7월, 아시아, 유럽, 북미의 금융기관과 중앙은행 28곳이 실제 화폐가치가 있는 토큰으로 거래 30건, 약 80만 스위스 프랑어치를 결제했습니다. 시험에 나선 중앙은행은 영란은행, 프랑스 중앙은행(유로시스템 대표), 일본은행, 한국은행, 스위스 국립은행 다섯 곳입니다. 한국은행은 농협은행, 신한은행과 함께 토큰화 지급준비금을 활용한 은행 간 원화 이체 2천만 원을 시험했습니다.

프로젝트 아고라는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금융협회(IIF)가 이끄는 민관 사업입니다. 은행 예금과 중앙은행 지급준비금(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겨 둔 결제용 돈)을 토큰으로 만들어 기관 사이의 국가 간 결제에 쓰는 방식을 시험합니다. 토큰이 나타내는 대상이 은행 예금과 지급준비금이므로 스테이블코인과는 다릅니다. 이 글은 7월 시험이 확인한 것과 BIS 보고서가 아직 시험하지 않았다고 밝힌 범위를 차례로 정리합니다.

실제 돈으로 확인한 원자적 결제

BIS는 2026년 5월 27일 프로토타입 보고서를 냈습니다. 함께 낸 발표문에서 BIS는 여러 단계로 이어진 국가 간 거래를 '전부 아니면 전무' 방식으로 끝내는 원자적 결제가 통화와 관할을 넘어 안전하게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진 단계가 모두 처리되거나 하나도 처리되지 않으므로 일부만 처리된 채 멈추는 일이 없습니다. 같은 발표문은 토큰화가 지급준비금과 예금의 법적 성격이나 그에 따른 채무의 성질을 바꾸지 않는다고도 적었습니다.

7월 시험이 5월 프로토타입과 다른 점은 토큰이 실제 화폐가치를 지녔다는 것입니다. BIS 사업 페이지의 실거래 테스트 설명에 따르면 이번에 발행한 토큰은 중앙은행 지급준비금과 상업은행 예금을 대표했습니다. 통화는 원, 달러, 유로, 엔, 파운드, 스위스 프랑 여섯 개였고, 시나리오 17개에서 거래 30건을 처리했습니다.

시험한 쓰임은 기업 간, 은행 간의 단일통화와 이중통화 지급, 두 통화를 동시에 맞바꾸는 외환동시결제(PvP), 같은 금융그룹 안의 자금 이체입니다. 지급 시작부터 결제 완료까지는 평균 약 80초가 걸렸습니다. 이 값은 프로토타입이 기존 거액결제시스템이나 은행 내부 시스템과 통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왔습니다.

두 층의 원장과 기관별 몫

보고서가 설명한 구조는 두 층으로 나뉩니다. 한 층은 토큰화 예금을 기록하고 모든 참여자가 접근하는 공통 원장입니다. 다른 한 층은 관할마다 따로 두는 관할 원장으로, 토큰화 지급준비금을 기록합니다. BIS는 이 구조로 중앙은행이 공유 플랫폼 안에서도 자국 통화와 운영의 자율성을 지킨다고 설명합니다.

실거래 테스트에서도 지급준비금에 관한 권한은 중앙은행에 남았습니다. 토큰화 지급준비금의 발행 요청은 플랫폼 밖에서 시작했고, 상환 요청은 중앙은행이 수동으로 승인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이번 시험에서 두 은행의 지급지시를 받아 토큰화 지급준비금을 발행, 이전, 상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행이 운영하는 한강 플랫폼과 한은금융망(BOK-Wire+)을 수동으로 연계했습니다.

정보 공유도 같은 방향으로 설계됐습니다. 보고서는 공유 원장이 공유 데이터를 뜻하지 않으며, 정보는 참여자가 승인할 때만 나누고 기본값은 비공개라고 적었습니다. 자금세탁방지와 제재 심사는 기관마다 따로 비공개로 하고, 플랫폼은 결제 전에 필요한 확인이 모두 끝났는지를 보장합니다. 같은 원장을 쓰되 돈의 발행과 심사 책임은 각 기관에 남기는 구조입니다.

보고서가 밝힌 시험 범위 밖의 요건

5월 보고서는 프로토타입이 운영 수준의 요건을 평가하지 않았다고 적었습니다. 사이버 보안, 운영 복원력, 처리량과 지연, 유동성 최적화, 장애 전환, 실시간 감시가 그 목록입니다. 실제 운영 중인 서비스나 기관 시스템에서 나온 거래로는 시험하지 않았다는 서술도 있습니다. 다만 이 서술은 7월 실거래 테스트 이전에 쓰였습니다.

7월 시험도 상시 운영과는 다른 틀 안에서 진행됐습니다. 그 틀은 참여기관 간 계약상 합의와 단계별 운영 절차서, 비상 대응 절차였습니다. 시험 운영은 스위스 금융시장 인프라 운영사 SIX가 맡아, 미리 정한 하루 중 거래 시간대에 맞춰 모든 거래를 조율했습니다. 입력자와 승인자의 2단계 처리, 은행과 중앙은행의 수동 승인, 사용자별 다중 인증은 이 시험을 위해 덧붙인 기능입니다.

법률 분석의 결론은 둘로 나뉩니다. 한 번 끝난 결제가 참가기관 파산 같은 일에도 되돌려지지 않는 결제 완결성은 참여한 일곱 관할 모두에서 달성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각 관할 법체계에 맞는 기술, 운영, 계약 요건을 정하는 일은 추가 작업으로 남겼습니다. 참여자와 서비스 제공자 사이의 책임 배분, 관할별 결제 완결성 처리와 시스템 규칙 같은 질문은 사업 범위 밖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관할마다 법적 효과가 다르면 규칙을 집행할 때 운영 위험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습니다.

9월의 참여 확대와 다음 시험

BIS는 5월 보고서 발표 때 캐나다 중앙은행의 합류를 알렸고, 지금 사업 페이지는 참여 중앙은행을 여덟 곳으로 적고 있습니다. 9월 29일 국제금융협회는 바클레이스, 몬트리올은행(BMO), 캐나다임페리얼상업은행(CIBC), 라보뱅크, 캐나다왕립은행(RBC), 스코샤뱅크, 웰스파고 일곱 곳이 새로 참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같은 날 BMO, CIBC, 스코샤뱅크도 각각 보도자료를 내고 7월 실거래 테스트의 성과를 바탕으로 참여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행은 7월 30일 발표에서 이번에 하지 않은 거래 유형과 시나리오로 추가 실거래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했고, BIS는 시험이 계속된다고만 적었습니다. 9월 29일 국제금융협회는 참여기관들이 추가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추가 시험의 일정과 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행은 같은 7월 30일 발표에서 한강 플랫폼과 아고라 플랫폼의 연계와 상호운용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예로 든 것은 한강 플랫폼을 한국 관할 원장으로 쓰는 방안입니다. 결정이나 일정이 아닌 검토 단계입니다.

규칙서에 남은 세 가지 질문

BIS는 보고서에서 앞으로 규칙서(참여자들이 함께 따를 운영 규칙)에 담아 분석할 항목을 꼽았습니다. 그 가운데 국내 은행과 기관이 함께 답해야 할 질문 세 가지를 짚습니다.

첫째, 참여 자격과 국내 원장의 연결입니다. BIS가 규칙서에서 분석할 항목으로 첫손에 꼽은 것은 참여 자격과 가입 요건이고, 여기에는 나라마다 다른 적격 기관의 정의도 들어갑니다. 한강 플랫폼을 한국 관할 원장으로 쓰는 방안이 검토되는 만큼, 국내의 어떤 기관이 어떤 요건으로 관할 원장과 공통 원장에 들어갈지가 쟁점입니다.

둘째, 결제가 끝나는 시점입니다. BIS는 결제 완결성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공통 원장의 어느 지점을 완결 시점으로 볼지, 참가기관이 파산했을 때의 보호 장치(도산 보호)를 어떻게 적용할지는 규칙서 과제로 남았습니다. 국내 법체계가 정하는 완결 시점을 공통 원장의 규칙과 어떻게 맞출지가 관건입니다.

셋째, 오류와 취소, 책임의 배분입니다. 상시 운영으로 가려면 오류와 취소 같은 예외 처리 절차, 책임과 면책 기준, 참여자와 운영자 사이의 책임 배분이 규칙서에 들어가야 합니다. 누가 어떤 절차로 이 규칙을 정할지가 남은 질문입니다.

7월 시험은 실제 화폐가치를 지닌 토큰으로 국가 간 결제를 처리할 수 있음을 보였고, 다음 단계의 과제는 참여자들이 함께 따를 규칙입니다.

참고

분석 목록으로